'기대수명 120세' 2045년 40%가 노인…"노화역전 기술 독점도 경계"
[노화역전의 꿈]④복지·고용·의료 등 수명 연장땐 통합 검토
불로장생 어렵다는 시각도…학계 '건강수명, 건강노화' 강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기며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20년 뒤인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7%까지 오르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 기대수명은 2025년 84.5세에서 2045년 87.9세로 늘어난다. 2045년 한국인 평균 수명이 120세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오래 사는 게 축복인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노화와 노인의학을 연구 중인 학자들은 뉴스1에 "수명 연장 연구와는 별도로 누구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수명을 연구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특정 조건을 가진 사람만 오래 건강하고 사는 불공정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인공장기와 초정밀 진단 기술 발전으로 2045년 평균 수명이 120세에 달하며 노인병도 옛말이 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수명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곤 있지만 어떤 미래가 좋을지 의견은 분분하다.
사회적 부작용은 물론, 과학적·윤리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우선 연구의 혜택을 소수의 사람만 받아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 방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에 저속노화의 대중화를 이끈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뉴스1에 "노화를 없애거나 되돌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라며 "현재의 과학으로는 노화를 근본적으로 막거나, 불로장생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노화를 수용하면서 그 속도를 늦추고, 노쇠와 돌봄 요구를 예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노화 역전의 의미는 '건강한 노년 연장'"이라며 "활력을 유지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립적이고 품위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게 연구의 목표여야 한다"고 했다.
노인의학 권위자인 원장원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20세까지 수명 연장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항노화 연구의 의미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퇴행성질환이 늦게 시작되고 신체적, 인지적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며 살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부터 약 1%포인트(p)씩 고령인구가 증가해 2045년 그 비중이 37.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2045년 국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 이 중 2.5명은 75세 노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50년 후 생산연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면서 사회 전반에 혁신과 생산성이 크게 둔화한다. 고령화로 인한 소비 감소와 자본생산성 저하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한국 사회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고 위원회는 경고했다.
한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며 사회 양극화와 격차를 부르고 사회적 포용성도 떨어뜨린다.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복지·고용·의료·돌봄·주거·산업 등 다방면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정희원 교수는 "이미 많은 어르신이 생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개인 가계와 국가 재정 모두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돌봄 체계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수명 연장이 준비 없는 사회에선 재정 위기와 세대 고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새로운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60~75세는 이전과 달리 건강하고 충분히 일할 지적·육체적 능력이 있다. 학자들은 사회 환경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국민 개개인도 활기차게 나이 듦을 이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원 교수는 "80세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오래 살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 개선, 경제적 지원, 노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 등 외부요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건강수명' 연구의 활성화를 당부했다. 기대수명이 앞으로 기대되는 수명이라면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기간을 제외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원 교수는 "저출생 사회에서 '건강 노화'를 이룬 노인이 생산적인 일을 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당연히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불로장생 기술을 소수의 부자만 독점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라며 "한국은 소득 계층에 따라 건강수명이 9년 차이가 난다. 새 기술은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 또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사회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기대수명이 9년 늘 때 건강수명은 6년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건강수명 연장을 사회 우선순위로 삼고 불공정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노화 과정 전반에 삶의 질을 높이는 등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바라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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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