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는 아이, 이 시기는 안돼요"…우리 아이 '뇌성장' 지키는 법은?
김인향 한양대병원 교수 '디지털시대 아이 뇌 지키는 법' 강연
"만 6세까지는 뇌의 기초공사 시기…하루 1시간 이내 사용해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적어도 영유아 시기에 미디어 과잉노출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습니다.
19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주최로 성동구보건소에서 '2025 아동·청소년 대국민공개강좌'가 열렸다. 현장에는 임신부부터 영유아·초등생 학부모 등 40여 명이 자리해 만석을 이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소속 김인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동준 예쁜꿈의원 원장은 '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의 뇌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실제 여러 사례를 예시로 들며 강연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컨대, 만 3세 서아(가명)를 둔 맞벌이 가정에서 엄마는 밥을 먹지 않는 서아에게 디지털 영상을 보여주며 급히 밥을 먹이고 출근 준비를 마친다. 하원과 저녁밥은 아빠가 챙기는데 서아가 엄마가 보고 싶다며 칭얼거리면, 아빠는 결국 유튜브 영상을 보여준다.
밥을 먹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를 보여주는 일은 양육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자주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패드 등 기기에 둘러싸인 '디지털 네이티브'가 디지털 콘텐츠에 노출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디지털시대에 유튜브와 틱톡 등 콘텐츠를 보는 것 자체가 '절대 악'은 아니지만, 뇌 발달이 활발히 이뤄지는 만 6세까지는 디지털 미디어를 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만 6세까지는 뇌의 기초 공사 시기다. 생의 첫 6년간 아이들은 키와 체중 같은 기본 성장 발달부터 근골격계 및 감각기관의 발달과 언어·인지·심리 정서적 발달까지 여러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특히 만 3세까지는 뇌가 70~80%까지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세포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각·촉각·청각·미각·후각 등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건강한 두뇌 발달을 위한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제시한 건강한 두뇌발달을 위한 원칙은 5가지다. △충분한 수면 △영양 균형이 맞는 식사 △심리 발달 △본능을 따르며 자아를 확장하는 놀이 △신체 활동 등이다.
언어와 인지·정서·사회성·운동 발달은 별개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통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면부터 신체활동까지의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영유아기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5세까지 디지털 콘텐츠를 하루 1시간 이내로 보여주기를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미디어가 아이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미디어 과잉 노출 시 조직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인 '전두엽'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중요하다. 해당 부위는 만 3~12세 사이에 활발히 발달한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이 잦아지게 되면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 쪽에 집중적으로 자극이 가며 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2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미디어 노출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는 것은 운동이나 놀이, 수면 등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다른 활동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심각할 경우 관계 형성과 애착 문제가 발생하고, 소아비만과 수면 문제로도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집중력과 자율성을 증진하고 감정과 충동 조절, 친구 관계 형성에 중요한 초등학생 시기에는 미디어 중독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두엽 기능이 발달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지나치게 자극해 즉각적인 보상만 추구하게 하고 감정조절도 방해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보다는 아이가 왜 SNS나 디지털 콘텐츠에 중독이 됐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하루에 몇시간을 사용할지 원칙을 정하고 이를 온 가족이 함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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