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 한국의 주택가격 양극화 수준이 중국을 제치고 주요국 1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집값 양극화는 서울의 주거비를 지방 대비 최대 5배 부풀려 소비를 제한했고, 비수도권에서는 신용 위험을 키웠다.

한국은행은 18일 상반기 물가 상황을 점검하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 양극화에 따른 물가 영향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국내 주요 도시의 집값을 전국 수준으로 나눈 '주택가격 양극화 지수'는 올해 들어 한국이 1.5배에 육박해, 중국을 제치고 7개 주요국 중 가장 높아졌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전국 간 주택가격 상승률 격차는 69.4%포인트(p)로, 중국(49.8%p)과 일본(28.1%p)·캐나다(24.5%p)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는 주춤했으나, 2023년 이후 다시 악화됐다. 특히 서울은 오름세를 지속했지만, 비수도권 광역시는 하락세를 보이며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한은은 그 원인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력 차이'가 가장 주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로 서울에 몰린 경제력으로 청년층 인구가 비수도권에서 유출되며 비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주기적인 주택 경기 부양에 따른 전국적인 공급 확대가 비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집값 양극화는 주거비 격차로도 이어져 물가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최근 지역별 체감 자가 주거비는 서울 229만 원 대 전국 약 100만 원으로 계산됐다. 전국 최하위인 전남 49만 원과 비교하면 서울이 4.7배에 달했다.

자가 주거비를 고려한 물가 상승률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지표 물가를 집값 상승기인 2019~2021년에 앞질렀다. 문제는 이 현상마저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올해까지 두 지표 사이 격차를 보면,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많게는 1.9%p까지 확대됐다.

한은은 "주거비 등 누적된 체감물가 부담은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이 우리나라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면서 거시 건전성 위험을 증대시켰다"고 밝혔다.

수도권은 소득 여건이 양호함에도 주거비 부담에 따라 체감 물가가 높아져 소비 여력이 줄었고, 이것이 소비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집값 양극화는 비수도권에서 건설 경기 부진과 신용 위험을 유도했다. 한은은 "비수도권은 개발 사업 부실로 금융기관 등의 토지 공매가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지방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소비 부진 완화를 위해서라도 집값과 주거비 부담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비수도권 주택 건설을 통해 건설투자를 견인하는 부양책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차별화된 것이 건전성 관리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지역 거점도시 육성 등 비수도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집값 관리를 위해서는 '공급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는 기대 심리가 많이 작용했다"며 "이를 잘 관리하려면 공급에 대한 불안을 완화해야 하고, 수도권 지역에 구체적인 공급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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