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반도체 산업 지원을 최우선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생산세액 공제와 연구개발(R&D) 지원 등 반도체 업계 희망 사항이 대거 공약에 반영된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 개정과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숙원 사항인 R&D 직무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 △국내 생산·판매 반도체에 대한 최대 10% 생산세액공제 △반도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인프라 구축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조성 △반도체 R&D와 인재 양성 지원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SNS에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며 "오늘날 글로벌 경제 패권은 바로 누가 반도체를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고, 우리에게 '반도체를 지킨다'는 말은 '우리 미래를 지킨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AI가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AI 모델을 훈련·구동하는 반도체는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떠올랐다.

일례로 엔비디아를 비롯해 전 세계 첨단 AI 칩 생산을 떠맡는 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린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의 존재가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 중국의 무력 침공을 억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 지원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반도체 기업도 여러 번 찾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14일에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 AI'를 방문했다. 퓨리오사 AI는 고성능 AI 반도체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AI 시장에서 대한민국 핵심 주자로 손꼽히는 기업으로 NPU(신경망처리장치)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같은 달 28일에는 대선 후보 확정 후 첫 현장 행보로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AI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첨단 기술 산업의 우리 경제 비중도 매우 커질 것이어서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기반 시설 확보나 세제 지원, 관련 업계에서 당장 필요한 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업계의 가장 큰 숙원사항인 R&D 직군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체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 규정을 두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제외된 민주당 안이 지난 1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 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본회의 처리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여야 대표가 참석한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견해차가 큰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제외하고 합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특별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을 반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얘기하고 지원을 약속했으니 말씀한 대로 되면 너무 좋다"며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는 주 52시간 예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전략물자로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의 관심은 다행이고 좋은 일"이라며 "주52시간 예외에 대한 업계 차원의 바람은 바뀐 적은 없다. 계속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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