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기념관·신체교정원·지하주차장…이색투표소에도 북적
5·18 대변인 윤상원 열사·소년이 온다 전시 보며 '소중한 한표'
'지하주차장' 방림2동 투표소도 어르신들 발걸음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박지현 기자
"일반적인 학교나 아파트에서 투표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의미가 더 남다릅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3일 광주지역에 마련된 이색투표소에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은 광주 357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표소는 투표구 안의 학교, 읍·면·동사무소 등 관공서, 공공기관·단체의 사무소, 주민회관 등 투표하기 편리한 곳에 설치된다.
투표소로 운영될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없을 경우엔 협의를 통해 접근 편의성이 높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반 건물에 투표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광주 광산구 임곡동 천동마을에 위치한 '윤상원기념관'도 이번에 처음으로 '임곡동 제2투표소'로 지정됐다.
윤상원기념관은 1980년 5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4월 개관한 곳이다.
이 투표소는 관내 총 유권자 899명 중 598명(66.518%)이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투표소 곳곳에는 윤 열사의 기념 동상과 어록, 업적 등이 남아 있었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기획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기표소 안으로 들어서기 전, 벽에 적힌 윤 열사의 생전 메시지 중 하나인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를 꼼꼼히 살펴 읽기도 했다.
이른 시각 남편,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애리 씨(46)는 "나라를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대통령"을 소망했다.
그는 "이번 투표는 민주화를 열망하다 산화하신 윤상원 열사 기념관에서 투표를 해 더 의미가 깊다"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 광주가 안고 있는 과제들도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인 안예숙 씨(67) 부부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러운 계엄 때문에 많이 놀랐다"며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에 초점을 두고 투표했다"고 했다.
광주 동구 학운동 제3투표소는 '광주신체교정원'에 마련됐다.
이곳은 입구부터 목·어깨·허리통증·손발저림·스트레스·불면증 치료라는 문구가 떡하니 부착돼 눈길을 끌었다.
유권자들은 스포츠마사지, 수기요법, 운동처방이 가능하다는 출입문을 보고 멈칫하다가도 다른 투표소와 동일하게 마련된 내부로 들어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사실 이곳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다. 선관위와 동사무소 측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투표 편의성을 위해 건물 내부 집기를 모두 옮기고 청소한 끝에 이곳에 투표소를 마련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 모 씨(75)는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 외교, 정치, 민생 등 곳곳이 삐걱거리고 있지 않느냐"며 "새로운 당선인이 나라가 잘 굴러가도록 잘 교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장에 함께 온 김 모 씨(31·여)도 "뉴스에서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번 투표를 끝으로 정쟁보단 조금 더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광주 남구 라인효친1차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올해도 '방림2동 제2투표소'로 변신했다. 이곳 또한 어르신 접근성 등을 고려해 투표소로 활용된 역사가 약 20년에 달한다.
이른 아침 6시를 전후해 도착한 유권자 상당수는 지팡이를 짚거나 허리를 구부린 고령의 어르신들이었다.
이색 공간에 마련된 투표소지만 관리와 준비는 철저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어제부터 방송으로 안내하고,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 차량을 빼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했다
고령 유권자인 형남순 씨(92·여)는 "그동안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투표했다. 꼭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지하주차장 안쪽 투표소로 천천히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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