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협치·소통의 길 걸어야…국민 통합 갈망"
[특별기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내란 시비 탈출해 사회 통합 집중해야"
"광복 80주년 특위 발족, 광복 청사진 설계…진짜 대한민국 만들어야"
(서울=뉴스1)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6월 3일의 대선에서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어 2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주권재민의 원리가 작동하는 제도이자 절차다. 새 정부의 출발을 환영하고 축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고 풀뿌리 민중을 위한 사회변혁의 꿈을 안고 정치를 시작했다. 혁신적이고 모범적인 지방행정을 이끌었다. 그를 둘러싼 애정과 증오의 감정은 아직도 날카롭다. 정치적, 법적 시비로부터 자유롭지도 않다. 그러나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역경과 난관을 돌파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끌 대한민국호는 세계의 탈바꿈에 따른 거센 폭풍과 파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우리는 작년 12.3 계엄사태 이후 전대미문의 사회분열 양상을 겪었다. 이에 따른 상처의 치유가 시급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새 정부가 대한민국 공동체에 암세포처럼 넓게 퍼진 분열, 불신, 증오의 패악을 깊게 헤아려 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아니면 세계 도처에서 발견하듯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3권 분립과 같은 민주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퇴행의 끝판왕으로 군림할 것인가?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주지하다시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심대한 외환위기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협치, 그리고 소통철학으로 6.25 이래의 최대의 국난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극복했다. 국내외 정세로 보아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도 순탄한 꽃밭 길이 아니다. 자칫하면 대중독재의 길을 걸을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행정, 입법, 사법을 망라하는 거대 권력을 거머쥔 이재명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가? 그는 선거 과정에서 많은 공약을 쏟아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유적 해답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짜 대한민국이란 과연 무엇일까?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등 우리가 거둔 발전을 이어받되 아직 소진되지 않고 남아 있는 발전의 역량을 더욱 발굴하고 종합하여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청사진 또는 개헌을 포함하는 실천의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길은 마땅히 청산되어야 했을 적폐나 특권, 부조리, 사이비, 불공평, 모순 등을 제거하는 과거 청산 작업을 가리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내란의 종식, 내란세력의 단죄를 천명했다. 그런데 낙인 화두는 선거 캠페인의 수단으로서는 효능이 크지만, 이것을 통치의 영역으로 연장한다면 국민 분열이 더욱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그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 희망과 불안이 날카롭게 교차하며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새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협치, 소통,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 분열과 갈등에 지친 국민은 사실 이 통합의 길을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엄사태를 경유하면서 일그러진 우리의 현주소를 보게 되었고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하네!', '청산할 것을 진짜 과감하게 청산해야겠네!'라는 욕구와 불만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 욕구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에서 매우 강하다.
이재명 체제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국민통합과 내란종식을 병행하고 싶겠지만, 이것은 모순적이다. 정복자의 논리를 전면에 드러내는 만큼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목에서 보자면 정치는 이제 내란 시비로부터 과감히 탈출해야 한다. 이것은 온전히 사법부에 맡기고 정치는 국민통합, 사회통합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새 정부에 광복의 가치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제안하고 싶다. 두 달 뒤에 8.15 광복절이 온다. 광복은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큰 빛의 회복을 가리키는 의미심장한 개념이다. 과거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개념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안에서 진짜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희망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새 정부가 <광복80주년 특위> 같은 기구를 발족하여 집단지성으로 광복의 청사진을 설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우리의 미래를 여는 빛 개념으로 공론장을 열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 대응하고 북한과 대화하며 사회의 발전 역량을 모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를 일신하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부가 절제된 권력으로 견제와 균형의 협치를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재명 선장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대한민국호는 사실 이 점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새 정부는 권력의 남용과 독단을 청취하고 규제하는 특별한 감시 장치를 특단의 조치로 가동해야 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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