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챗GPT가 있는데 소버린 AI(주권형 인공지능)를 왜 개발하냐. 낭비다. 이런 얘기는 사실 베트남에 쌀 생산이 많이 되는데 뭐 하러 농사를 짓냐. 사 먹으면 되지. 이런 얘기와 똑같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모르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주권을 강조하는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의 발언이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챗GPT 같은 좋은 게 많은데 왜 한국이 (AI를) 직접 개발하려고 하느냐"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우리 자라나는 자녀들이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 하면 분쟁 지역이라고 나오고 '김치는 어느 나라 김치냐'고 하면 중국으로 나오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한국형 LLM(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AI에게) 물어봤을 때 한국의 자존을 지켜주면서 말하는 LLM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무지 답답하셨던가 보다"라며 공감을 표한 것. 이 대통령 또한 평소 소버린 AI(주권형 AI)의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우리나라의 AI 산업 발전을 위해 100조 원대 투자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준희 삼성SDS 대표,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등 업계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전 세계적인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가적 지원을 통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업계 건의사항이 빗발쳤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국가 관점의 데이터 세트가 너무 부족하다"며 "언어 데이터 세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발전하면서 언어 장벽은 많이 없어졌는데 역사적 데이터, 국가적 자산이 되는 공공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정 대표는 멀티모달(이미지·동영상·텍스트 등 다양한 데이터 정보를 처리·통합할 수 있는 머신 러닝 모델)의 필요성도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AI 데이터 허브를 만들어주면 전체적인 국가의 AI 수준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대한 국가적 투자 △데이터 실증을 위한 글로벌 AI 프로젝트 추진을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기록에 매진했다. 예정된 간담회 시간을 넘겼음에도 제한 없이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 제안에는 직접 답변하면서 참모진에게 후속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 회장이 'AI 인재 양성'을 제안하자 "산수를 가르치듯이 어쩌면 학생들에게 AI를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라며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어떤 것이 가능한지 꼭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AI 스타트업 부스도 방문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AI 영상 검색 기술을 개발한 트웰브랩스를 방문해서는 "훌륭하다"고 말했고, AI를 기반으로 의류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플랫폼을 개발한 스튜디오랩 부스에서는 직접 기술을 체험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I 관련 산업은 우리가 피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선점하기 위해 정부도 각별히 관심을 갖고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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