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는 폭우, 우리는 무더위…이유는 좁고 두꺼운 비구름
강수 구름대 폭 좁고 이동 느려…국지적 피해 우려
장맛비 내리는데 열대야…무더위와 비, 동시 공존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전국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은 밤사이 15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반면, 인접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거나 무더위가 이어져 '장마 시작이 맞냐'는 말이 나왔다. 이는 남북으로는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정체전선을 따라 형성되면서 지역 간 강수량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수도권에서는 인천 금곡에 142.5㎜, 김포 양촌 113.5㎜, 포천 일동 103.0㎜, 양주 백석읍 99.5㎜ 등 최대 150㎜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렸다. 강원 화천 광덕고개도 101.0㎜를 기록하며 강한 비구름대의 영향권에 들었다.
반면 같은 시간 서울은 23.7㎜, 춘천은 17.1㎜에 그쳤다. 서해안 충남 보령 대천항은 5.5㎜, 충북 충주는 3.5㎜로 사실상 비가 지나치지 않았다. 남부지방은 일부 지역에선 빗방울조차 떨어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처럼 '옆 동네는 폭우, 우리 동네는 무더위'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원인은 비구름의 구조에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 덥고 습한 공기가 북쪽의 저기압과 만나면서 상공 약 3~6㎞ 높이에 수증기가 몰려드는 수렴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비구름대는 남북 폭이 좁고 동서로 길게 늘어서면서, 강수는 좁은 지역에 집중되고 주변 지역은 비켜 가게 된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중규모 저기압과 결합하면서 비구름이 더욱 뚜렷해졌고, 남서풍을 타고 많은 수증기가 몰려들고 있다"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한 지역에 비가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극단적인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장마철이던 7월 10일, 익산에는 264㎜가 내렸지만 25㎞ 떨어진 옆 도시 김제에는 25.5㎜ 강수량이 기록된 게 대표적이다.
기상청은 "강수 구역이 시시각각 좁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같은 도 내에서도 지형이나 기류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향후 정체전선의 남북 진동, 중규모 저기압의 발달 여부에 따라 강수 범위와 강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지역에도 최대 150㎜에 이르는 많은 비가 예보돼, 임진강과 한탄강 등 접경 하천 유역의 수위 급상승과 범람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북한 측의 무단 방류 가능성까지 고려해 경기북부와 강원 북부 군부대, 주민들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rnli-shop.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