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닷새째 지속되면서 러시아 내에서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에 이익이나 장기적으로는 잃을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러시아에 가져올 이점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 재정을 강화할 수 있고, 전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며, 중재자로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싱크탱크 국제관계위원회(RIAC)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코메르상트에서 "이번 분쟁의 격화는 러시아에 심각한 위험과 잠재적 비용을 안긴다"고 주장했다.

코르투노프는 "러시아는 불과 5개월 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막지 못했다"며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난하는 정치적 성명 외에는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두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은 군사 동맹이 아니기에 러시아가 이란을 방어해 줄 의무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말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의해 축출된 가운데 이란까지 잃을 경우 러시아의 중동에서의 입지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중동 정세와 관련해 "현재 국제 정치에서 실시간으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가 향후 러시아와 미국 간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르투노프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충분히 많은 민감한 사안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행동에 대한 양국 간 평가 차이가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코르투노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목표가 단순히 핵 프로그램 중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정치 체제 전복에 있다면 러시아가 직면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 정권이 붕괴하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경우 러시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붕괴하기 전 이란 팔레비 왕조는 친서방 정책을 펼치며 당시 소련의 공산주의를 경계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방으로 이란에서 정권교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란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르투노프는 이란의 정권이 붕괴한다면 지배 엘리트와 사회 내부의 모순과 갈등 때문일 것이라며 당분간은 이란의 정권 교체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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