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개입 타깃 '포르도'…2009년 발각된 이란 핵개발 심장부
산악지대 지하 80~90m에 입구용 터널 5개…美 군사지원 없인 파괴 불가능
이란 "나탄즈 시설 공격 대비한 예비용" 주장…이스라엘 "연간 1~2개 핵무기 생산 규모"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대형 관통탄(GBU-57)인 일명 벙커버스터로 직접 타격을 검토 중인 이란의 포르도(Fordow) 핵시설은 이란 핵프로그램의 심장부로 간주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테헤란 남쪽의 이란 중북부 산악지대인 고대 종교 도시 쿰 지역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 시설인 포르도 핵시설이 처음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은 2009년이다.
2009년 9월 포르도 시설의 존재를 처음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시설의 규모와 구성은 평화적 프로그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수년째 이 시설을 짓고 있던 사실을 숨기고 있던 이란은 서방 정보당국의 인지 사실을 파악한 듯 오바마의 기자회견 며칠 전 갑작스럽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포르도 핵시설에 대해 보고했다.
당시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을 지하에 건설하게 된 것이 '자국을 겨냥한 군사공격 위협'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해당 시설은 나탄즈(Natanz)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를 대비한 예비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IAEA는 이 시설을 통해 이뤄진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용 연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포르도 핵시설 건설이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분석하면 2004년에 이미 현장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CNN는 보도했다. IAEA는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건설이 진행 중인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의 주요 공간은 지하 약 80~90m 깊이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외부에는 지하 시설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 같은 곳이 5개 정도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자국 정보기관이 확보했다는 5만 5000여 건의 포르도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포르도는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연간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차관은 네타냐후의 발표를 "유치하고 우스꽝스럽다"며 조작이라고 일축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자료를 알고 있었으며, 문서가 진짜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소재 전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에서 모순점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정도 양의 문서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그것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IAEA 이사회가 이란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한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포르도 시설에서 우라늄을 60% 농도로 농축하고 있으며, 현재 27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 정도 농도의 우라늄을 생산한다는 것은, 그것을 무기급(90% 이상)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60% 수준이면 무기급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현재 보유 중인 60% 농도의 우라늄을 포르도 시설에서 3주 이내에 233kg의 무기급 우라늄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는 핵무기 9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포르도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대 이란 공습에서도 이스라엘은 포르도를 노렸으나, IAEA에 따르면 실질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예히엘 라이더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포르도를 공습으로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그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르도를 처리할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단독으로 포르도를 공습해 파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상당한 화력과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미국이 포르도를 타격하더라도, 한 번의 폭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다른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터널 입구를 깊숙한 지점에서 파괴하거나, 환기 시스템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터널과 전력 공급을 파괴하면, 재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귀띔했다.
다만 "포르도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다"라며 "파괴하더라도, 남은 과제는 포르도나 나탄즈에 배치되지 않은 원심분리기가 얼마나 있고, 어디에 숨겨져 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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