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이란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지만 헤즈볼라 등 그간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역내 대리 세력들이 이란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들 친이란 대리 세력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데다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정보력에 압도되면서 이들 '저항의 축'이 각자도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경우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아 여전히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과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등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몇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뿐 대체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보여준 군사력과 정보력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이란 대리 세력들이 수지타산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 무기 체계, 석유 및 에너지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면서 이란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정보기관을 통해 군 지도부 인사와 핵 과학자의 동선을 파악한 후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해 암살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치밀함은 헤즈볼라와의 교전에서 '삐삐'(무선호출기) 테러를 진행하고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났다.

헤즈볼라와 접촉하는 아랍 외교관들은 헤즈볼라가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릴 여지가 없으며 군사 능력과 재정을 재건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교전 당시 이란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WSJ은 전했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도 이라크 내 친 이란 민병대 지도자들에게 이번 충돌에 개입하지 말고 선동적인 발언을 삼가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레나드 만수르 선임연구원은 "지금 이 모든 네트워크(대리 세력)에 중요한 것은 생존"이라며 "이들 모두는 이러한 형태의 군사 작전이 가져오는 참혹함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란 대리 세력)이 모두 이스라엘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지금이 저항해야 할 때인지 아니면 고개를 숙이고 충돌에서 빠져 있어야 할 때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중동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켄달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보망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를 목격한 후티 반군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움직이면 스스로를 노출하게 돼 지금은 몸을 낮춰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라크 민병대 지도자들은 일회용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번호도 자주 변경하며 온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기술 사용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민병대의 관심사가 변한 것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라크 내 많은 민병대 지도자들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수익성 높은 석유 경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이란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수르는 "그들(이라크 민병대)은 이라크의 안정성과 고유가로부터 일정한 이익을 얻으며 일종의 경제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켄달도 "후티 반군은 자국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란) 최고지도자를 위해 자기 목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며 자신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폭격에 나설 경우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중동 내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폭력적인 대응 및 무슬림 세계 전반에 이란과의 연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앞서 성명을 통해 "이란은 이스라엘을 억제하는 데 우리 군사 지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면 우리는 지역 내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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