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밝았다…韓 대통령 선거 결과에 미국도 촉각
'트럼프 관세' 차기 한국 대통령이 직면할 가장 큰 과제
中·北 군사적 위협 가중 속 한국 역할 확대 가능성 조망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대한민국을 이끌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운명의 날이 밝은 가운데, 미국에서도 한국의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탄핵, 파면, 조기대선까지 6개월간 이어져 온 정치적 혼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관세를 앞세운 무역 협상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주요 교역국이자 조선, 에너지 등의 산업 분야에서 협력 강화하려는 한국의 새 대통령 선출은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주요 언론들은 대선일에 맞춰 한국의 새 대통령 선출이 한미 관계에 갖는 의미를 크게 '경제'와 '안보' 두 개 분야로 나눠 조망하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의 관세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직면할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기본 상호관세 10%와 국가별로 부과하는 상호관세 15%를 더해 총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4월 5일부터 발효한 10%의 기본 상호관세만 유지한 채 9일부터 발효한 국가별 상호관세는 채 하루가 안 돼 오는 7월 8일까지 90일간 유예하고 국가별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비록 한국이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지만,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한국은 미국에 25%의 상호관세 및 철강 및 자동차에 대한 25%의 품목별 관세를 전면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25%의 상호관세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조선, 에너지 등에서 협력이 필요한 양국 간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상호 호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의 입장이다.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 및 수입 확대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 2+2 통상 협의'(재무·통상 수장 회담)에서 한국이 '최상의 안'(A game)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측은 대선 일정을 고려,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시간을 두고 협상하자는 의미의 '줄라이(7월)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선출될 새 대통령은 그간 협상 과정을 이어받아 관세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으로 어려운 한국 경제가 트럼프 관세로 인한 수출 타격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극복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는 새 대통령에게는 이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한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핵 무력 사용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의 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키기 위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묻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며 '한국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만큼 차기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의 역할 확대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이 경제와 안보에 있어 동맹인 미국과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 대선 후보들의 성향 소개와 함께 싣고 있다.
NYT는 이날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친중'과 '반미'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한국 외교의 기반이라고 강조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이 후보의 대해서는 미국 내 비판이 있다면서, "여러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최신 언급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한국을 미국의 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도입이나 자체 핵무장 개발 준비 등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아이디어도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문수 후보는 대선 TV 토론에서 한미동맹 범위 안에서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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