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콘크리트 뚫고 폭발…이란 지하핵시설 겨눈 게임체인저 위력
13.6톤 무게 초대형 관통탄 GBU-57 벙커버스터…美 B-2 폭격기로만 투하 가능
80~110미터 깊이 포르도 핵시설 타격 가능…인근에 다수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증강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철저히 요새화된 이란의 지하 핵시설은 웬만한 재래식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초대형 관통탄(MOP, 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일명 '벙커버스터'라면 예외가 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이란 지하 핵시설 파괴 임무가 GBU-57에 맡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GBU-57은 지하 깊은 곳에 숨은 적의 핵심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 무기다. 길이 약 6.2m에 무게는 약 3만 파운드(1만 3600㎏)로 미군이 보유한 재래식 폭탄 중 가장 무겁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지만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무기는 아니다. GPS 유도 시스템을 통해 특정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정밀 유도 폭탄이다.
일반 폭탄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하 벙커나 터널 같은 견고한 표적을 무력화하기 위해 설계됐다.
무거운 중량과 단단한 강철 합금으로 이뤄진 탄두는 무려 60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게 돼 있다.
WP는 이 폭탄이 목표물의 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지하로 파고들어 내부의 빈 공간을 감지하고 가장 효과적인 공간에서 폭발할 수 있는 '스마트 퓨즈'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지난 13일부터 임박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 이 작전의 성패는 이란의 여러 핵시설 가운데 가장 견고하게 방어된 포르도의 파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산악 지대에 자리한 포르도 핵시설은 약 80~110m 깊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스라엘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로는 사실상 파괴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포르도 시설이 건재한 상태로 작전이 끝난다면 결국 이번 작전이 실패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게 미국의 벙커버스터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달리 이 벙커버스터를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폭격기인 B-2 스텔스 폭격기를 보유했다. B-2는 GBU-57을 최대 2기까지 실을 수 있다.
미군은 B-2 폭격기를 약 17~20대 운용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그 어떤 동맹국에도 판매하거나 제공한 적이 없다.
단 한 발로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전면적으로 파괴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동시에 여러 발을 집중적으로 투하할 경우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 공군이 중동 지역에 다수의 공중급유기와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미국이 B-2 폭격기를 동원한 이란 핵시설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G7 정상회의 도중 조기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게 알려진 뒤 미국의 개입설이 더 확산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포르도 지하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가 파괴되더라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종결되는 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를 이끌었던 리처드 네퓨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WP에 "유엔 조사관들이 알지 못하는 농축 시설이나 핵연료 저장소가 있을 수 있다"며 "당장 내일 포르도 핵시설이 증발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도는 명목상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목적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2023년 이 시설에서 핵무기급(90%)에 근접한 83.7% 농축 우라늄 입자를 발견한 바 있다.
pasta@rnli-shop.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