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격준비는 완료"…마지막 대화의 문, 며칠이면 닫힌다
트럼프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아…"시한 도래 1초 전 최종결정"
국방장관 "모든 옵션 즉각 실행 준비 돼"…트럼프 조언자에 강경론자 다수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언제라도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때보다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마지막 대화에도 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의 문이 닫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수 있다. 수일 내로 결단의 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행사에서 "내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면서 "난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은 그렇다"며 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는 또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쟁은 매우 복잡하다. 많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다음 주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아마 일주일보다 짧을 수도 있고, 더 짧을 수도 있다"라고 밝혀 며칠 내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임박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며 미국에 포르도 지하 핵시설 타격을 끈질기게 요청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여 B-2 스텔스 폭격기와 초대형 관통탄 GBU-57(일명 벙커버스터)을 투입할지 아니면 이란과의 마지막 대화를 시도할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 CNN은 몇몇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이스라엘이 작전 첫 주 동안 무엇을 성취하는지를 지켜본 후 미국의 동참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을 전해 들었다고 두 명의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작전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 12일 시작됐다. 18일이 일주일째다. 외교관들은 현재까지 미 정부 관리들은 미국의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든 확실히 기울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 유력 언론들은 아직은 무게 중심이 협상 쪽에 놓여 있다고 봤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피해갔지만 이란과의 협상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이스라엘 작전 동참 위협이 이란으로 하여금 트럼프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게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공격이 검토 중임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가 여전히 반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수일 동안 물밑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NYT는 이란이 트럼프의 '빨리 만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익명의 이란 외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및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도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는 다시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임하는 이란의 태도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군사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내리는 어떤 결정이라도 즉시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의 일은 여러 선택지를 준비하고 준비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트럼프에게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 타격을 위한 군사계획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전면에 나서 벙커버스터 폭탄을 B-2 스텔스 폭격기로 투하하는 방법이나, 이스라엘군과 공동으로 포르도 폭격 작전에 참여하는 방안, 벙커버스터 등 전략 자산을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지하 벙커와 핵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스라엘에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벙커버스터가 선택지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최근 이란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이들이 대이란 강경론자란 점도 트럼프가 군사개입을 실행할 가능성을 높인다.
CNN은 이란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가 최근 기대고 있는 인물은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 사령관이라고 전했다.
대이란 강경파인 랫클리프는 이스라엘의 첫 공습 직전 트럼프에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최신 정보와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에 대해 브리핑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을 비난하며 이란의 야심을 억제하는 데 있어 외교에 의존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에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공격적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CNN은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자인 쿠릴라 사령관이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과 이란 대리 세력 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트럼프가 많은 군사 자산을 중동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각료들뿐 아니라 대이란 강경파인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마크 레빈과 같은 인물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가 여러 옵션을 검토하면서 미국의 한 차례 공습이 완전한 해외 전쟁 개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군사 작전을 주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군사 작전을 검토하면서 동맹국들로부터 미국이 개입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계속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그 이유들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그리고 이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언급했다. 또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며, 그간의 자제 입장을 버리고 총력으로 핵무기 생산으로 달려 나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CNN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우리는 정당방위를 위해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외교를 추구해 왔지만 위협 속에서 협상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 국민이 매일 폭격을 당하는 동안 협상할 수 없다. 우리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방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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