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저울질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이나 국가정보국(DNI) 수장을 건너뛰고 생각이 일치하는 소수의 보좌진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P는 익명의 백악관 외부 고문 등을 인용해 이른바 '시그널게이트'로 논란을 빚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나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 털시 개버드 DNI 국장이 트럼프의 핵심 참모로서의 주역을 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트럼프는 영향력은 적지만 경험이 풍부한 소수의 보좌진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1등급" 보좌진이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버드 국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게 된 가장 최근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10일 개버드가 소셜미디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됐던 일본 히로시마를 최근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핵전쟁의 참상을 전달한 것이었다. 그는 영상에서 "정치 엘리트 호전주의자들이 핵보유국 간의 공포와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라크 등지에서 군 복무를 했던 개버드는 새로운 분쟁을 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던 인사다.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에게 "영상을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한 개버드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하고 있지만 2003년 중단했던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하지는 않았다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평가한다고 증언한 것이 트럼프의 미움을 샀다.

개버드의 발언은 정보기관의 결론을 정확하게 반영했지만, 지난 17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며 이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했든 상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이란)이 핵무기를 거의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랫클리프 CIA 국장은 17일 상원 세출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DNI의 평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는 상황을 미식축구에 견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마치 경기장을 99야드나 전진해서 1야드 라인 앞까지 갔는데, 골을 넣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존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령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보다는 4성 장군들인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중동 작전 권한을 가진 미군 중부사령부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육군 대장)에 의지한다. 쿠릴라와 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군사적 옵션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리는 트럼프가 헤그세스와 그의 국방부 팀을 대체로 피한다면서 "아무도 헤그세스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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