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세금 낸다"…작년 美 주식 팔아 '돈방석' 올해는 '세금폭탄'
작년 해외 주식 250만원 이상 벌었다면 양도소득세 22% 내야
1억 벌었으면 세금 2000만원 넘어…일부서는 절세 위한 '증여' 꼼수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 직장인 김은하 씨(가명)는 지난해 사둔 엔비디아와 테슬라 덕에 지갑이 두둑해졌지만, 이달에는 '세금폭탄'에 우울하다. 지난해 번 돈의 22%를 다음 달 2일까지 내야 한다. 억대 수익이라 세금만 수천만 원이다. 주식에 물린 돈과 생활비를 빼고 나니 세금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결국 김 씨는 부랴부랴 일부 주식을 매도하고, 대출까지 받았다.
지난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서학개미들에게 무시무시한 '세금 청구서'가 날아왔다. 지난해 해외 주식을 통해 250만 원 이상 번 서학개미라면 다음 달 2일까지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내지 않으면 가산세를 물게 된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에서 250만 원 이상 매매차익을 올린 투자자로 추정되는 양도소득세 확정신고 안내 대상자는 11만 6000명에 달한다. 전년(8만 6000명)보다 3만 명(34.88%) 급증했다.
해당 투자자는 양도차익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2%(소득세 20%+지방세 2%)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다음 달 2일까지 내야 한다. 만약 그 금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다음 달 2일과 8월 4일 2회로 나눠 분납이 가능하다.
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의 무신고 가산세와 미납세액에 납부지연 가산세(1일에 0.022%)가 추가로 부과된다.
특히 지난해 미국 주식이 랠리하면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서학개미가 대거 늘었다. 미국 S&P500 지수는 지난해 초 4769.83에서 연말 5881.63로 23.31%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도 28.64% 올랐다. 특히 서학개미가 사랑한 종목인 테슬라는 62.52%,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한 엔비디아는 171.18% 뛰었다.
지난해 코스피가 9.63% 하락하고, 국민주인 삼성전자가 31.72% 내린 것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 고객들의 지난해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3조 1000억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23년 양도차익 1조 원 수준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서학개미들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불만을 나타냈다. 수익의 22%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종목 게시판에는 세금 부담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일부에서는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식의 경우, 대주주(코스피 1% 이상·코스닥 2%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 보유)가 아니라면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차별이라는 글도 있다.
일부에서는 절세를 위해 해외주식 증여를 통한 '꼼수'도 늘고 있다. 평가차익이 발생한 해외주식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해외주식 증여 등을 통해 이체한 금액이 2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주식 증여 고객 수도 약 1만 7000명으로 전년(약 3000명)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증여 해외주식으로는 엔비디아 5900명(8000억 원), 테슬라 5200명(4700억 원), 애플 2400명(830억 원), 마이크로소프트 2000명(940억 원), 아마존 1400명(1020억 원) 순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주식이 급등하면서 해외주식 관련 절세를 위한 상속이나 증여 문의가 많이 온다"며 "대규모 수익을 낸 투자자의 세금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는 작년보다 미국 주식 상승이 주춤하면서 분위기가 다르다"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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