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모델들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엔트리급 모델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000270) EV3가 1만372대가 팔리며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005380) 캐스퍼 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4167대가 판매돼 전기차 3위에 올랐다. 2위는 대규모 할인에 들어간 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 5로 5288대가 팔렸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출시한 소형 SUV다. 특히 가성비가 뛰어난 모델로 꼽힌다. EV3는 4200만 원, 캐스퍼 일렉트릭은 2990만 원부터 판매한다. 각각 보조금이 투입될 경우 3000만 원대 중반, 2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성비 전기차 판매 호조는 수입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수입 전기차 부문에서는 테슬라 모델Y가 9270대 팔리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페이스리프트(페리) 모델인 모델Y 주니퍼는 지난 5월에만 6570대가 판매돼 수입차 전체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페리 모델임에도 5000만 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가성비' 전기차로 인식된 점이 주요한 판매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BYD의 아토3는 1164대가 팔리며 수입 전기차 중 4위를 차지했다. 중국산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급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아토3는 보조금을 모두 더할 경우 2900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도 '가성비' 트렌드는 뚜렷했다. 현대차 아반떼는 3만2607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2만3482대) 대비 9125대가 늘었다, 전체 차종 가운데 가장 큰 판매 증가 폭을 기록했다. 아반떼는 대표적 엔트리 모델로 2000만 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이 기간 그랜저는 2만9862대로 전년보다 판매량이 251대가 줄었다. 올해 전체 판매량 1위인 쏘렌토는 4만4179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268대가 더 팔리는 데 그쳤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대표모델인 G80은 전년보다 1522대가 줄어든 1만9205대를 판매했다. GV80은 1만3945대가 팔리며 판매량이 전년보다 8301대나 줄었다.

이런 현상은 경기 둔화로 인해 가성비 모델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인해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소비자들이 보다 실속 있는 선택을 추구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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