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낮아지는 도수…'가벼운 술'에 빠진 MZ세대
바뀌는 주류 문화…MZ세대 취향 저격한 '가볍게 마시는 술' 인기
매화수도 새로 다래도 저도주 트렌드 합류 "도수 낮추고 감성 더했다"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주류업계에 저도주 바람이 거세다. 주요 주류 브랜드들이 기존 제품의 도수를 낮추거나 새로운 저도주 라인업을 내세우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대표 매실주 '매화수'를 2020년 이후 5년 만에 리뉴얼하며 알코올 도수를 기존 12도에서 9도로 낮췄다. 주류 시장의 저도화 트렌드와 '가볍고 편한 술자리'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수요를 반영한 전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슈거 소주 '새로'에 참다래 과즙을 더한 '새로 다래'를 기존 '새로' 소주보다 4도 낮은 저도주(12도) 제품으로 출시했다. 편의점 GS25도 오크통 숙성 쌀 증류 원액을 섞은 '선양오크소주' 도수를 16도에서 14.9도로 낮춘 제품으로 출시했으며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주요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저도주를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는 배경에는 음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마시느냐'가 음주 문화의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어떻게 마시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분위기를 즐기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과음보다는 가볍고 기분 좋은 음주가 선호되며 저도주는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단순히 도수만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감성과 경험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매화수의 경우 전통 이미지에 세련된 패키지를 입혀 다시 등장했고 '새로 다래'는 과일 향을 더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겨냥했다. 선양오크소주는 프리미엄 블렌딩 소주로 포지셔닝하며 도수 하향과 동시에 품질 이미지 제고를 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저도주 확산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실제 1970~80년대 소주 도수는 25도 안팎이었지만 2000년대 20도대, 2010년대 17도대로 점차 낮아졌고 현재는 대표 소주로 꼽히는 '참이슬 후레쉬', '진로', '새로'가 16도까지, '처음처럼'은 16.5도까지 낮아졌다.
이처럼 몇십 년에 걸친 도수 하향 조정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주 문화를 지향하는 '헬시플레저' 흐름이 맞물리면서 하이볼·무알코올·논알코올 등 도수가 낮은 주류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주나 증류주는 아니지만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2년 13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5~2027년에는 약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류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하나의 콘텐츠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며 "과음 부담이 적은 저도주나 무알코올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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