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직격탄 K-배터리 공장 가동률 50%대로 '뚝'…"일단 버텨라"
LG엔솔, 1년 만에 11.5%p 감소한 57.8%
신규 공장 가동 계획 보수적 검토…기존 라인 ESS 생산 전환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부진) 여파로 지난해 K-배터리의 공장 가동률이 50%대까지 하락했다. 고객사인 완성차 업계가 신규 주문 대신 재고 소진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주문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불황과 트럼프 리스크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적극적인 투자보단 보수적인 경영과 일부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7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57.8%로 전년(69.3%) 대비 11.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생산 실적은 38조 5562억 원에서 27조 5775억 원으로 28.4% 줄었다.
지난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보수적으로 공장을 운영했다. 전기차 시장이 유럽 주요국의 보조금 폐지와 경기침체로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고객사인 완성차 업계가 신규 주문 대신 기존 재고 소진에 우선순위를 둔 것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SDI(006400)(에너지솔루션 소형전지)의 공장 가동률도 50%대로 떨어졌다. 지난 2023년 76%에서 1년 만에 18%p 하락한 58%에 그쳤다. 생산 실적 역시 20억 6200만 개에서 15억 3100만 개로 25.7%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의 재고자산은 공장 가동률 축소에 따라 감소했다. LG엔솔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4조 5523억 원으로 전년(5조 3963억 원) 대비 15.6%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3조 2973억 원에서 2조 8794억 원으로 12.6% 감소했다.
재고는 시황 악화 시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창고에 쌓일수록 유지·관리비 등 비용이 추가되고 상품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현금 흐름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는 조건이다.
배터리 업계는 신규 공장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전기차 캐즘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전기차 시장에 비우호적인 정책과 관세 부과 등 변수도 여전하다.
이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 가동 시점에 대해 "캐즘도 있고 해서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실적 악화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LG엔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7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영업이익 역시 76.5% 줄어든 3633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증설보다 생산 라인 조정으로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LG엔솔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인 미국 얼티엄 셀즈의 3공장 지분을 100% 우선 확보한다. 생산 시설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단독 공장으로 전환한 후 생산 라인 조정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ESS용 제품이다. ESS 시장은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만큼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수주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4374억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배터리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사가 계약한 물량을 거부하면 페널티를 배터리사에 지불하는 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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