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강업계가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50% 압박에 초긴장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뿐 아니라 철강 파생 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관세 대상에 포함하는 추가 폭탄을 내놨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견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영국은 한국산 후판(두께가 6㎜ 이상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실제 반덤핑 관세 조처가 내려진다면 국내 철강사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일 연방 관보를 통해 50% 관세가 부과되는 '철강 파생 제품'에 △냉장고 △냉동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요리용 스토브·레인지·오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등을 추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뿐 아니라 철강으로 제조한 파생 제품에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달 들어 관세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미국의 관세 품목 구체화로 현지 시장에서 판매되는 국내 가전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철강업계는 전방산업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가전 판매가 부진할 경우 철강 실적 감소로 직결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에 필요한 열연과 컬러강판 매출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이미 국내 철강사는 지난 3월 미국의 50% 철강 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5월(1~25일 기준)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6% 급감했다. 최대 전략 국가로 꼽히는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중장기 실적 악화를 피하긴 어렵다.

최근 유럽까지 한국 철강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 무역규제청(TRA·Trade Remedies Authority)이 한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지 업체는 한국산 후판 가격이 자국 제품보다 10%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산 후판의 영국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만 6288톤에서 지난해 4만 8486톤으로 3배가량 늘었다. 실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 내 철강 수요는 경기 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부진하다"며 "한국 철강의 수출은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미국과 멕시코의 무관세 협상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수입을 요구하는 자국 기업을 고려해 멕시코와 철강 수입 쿼터제를 논의 중이다. 쿼터제란 일정 한도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고 그 이상에 물량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이 멕시코와 쿼터제 도입을 결정하면 한국도 일정 수준의 무관세를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된다.

한국은 과거에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얻은 사례가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적용 이후 이를 면제하는 쿼터제를 끌어냈다. 결국 우리나라는 대미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3만 톤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다.

철강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쿼터제 없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당분간 불가능하다. 몇몇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 직접 투자를 발표했지만 생산시설 완공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제철(004020)이 발표한 전기로의 준공 시점은 오는 2029년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을 셧다운 하는 등 실적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새 정부가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으로 쿼터제 합의를 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rnli-shop.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