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이익 1조 는다는데 웃지 못하는 이유는
유가 급등…'호르무즈 해협 봉쇄' 추가 상승 가능성도
"단기적으론 이익 개선 효과, 장기적으론 수요 부진"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분쟁이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경영 환경에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비축한 원유 재고의 가치도 상승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거나 가격 변동성이 확대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일어나는 사자' 작전을 통해 지난 13일부터 이란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72.49달러로 전날 대비 5.7%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같은 날 72.98달러로 전날 대비 7.3%, 브렌트유도 74.23달러로 같은 기간 7%가량 올랐다.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반격에 나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지만 폭이 좁아 봉쇄하기 용이하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석유·가스 시설을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 생산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은 OPEC+ 회원국 중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사우디와 UAE가 하루 35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는데 이란의 생산량인 하루 약 330만 배럴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유가 급등 요인을 설명했다.
에쓰오일(S-OIL·010950),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는 긴장감 속에 전황을 주시하고 있다. 전체 수입량의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만큼 공급망 관리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정유 4사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11일에서 13일까지 유가가 배럴당 7.8달러 정도 급등했는데 이에 따른 국내 정유 4사의 2~3분기 이익 개선 효과는 약 97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비축하고 있는 정유사들의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싸게 사둔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도 비싸게 팔 수 있는 긍정적 래깅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원가 부담은 높아져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정제마진 회복세로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워 온 업계가 뜻하지 않은 변수를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정유업계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공급의 최소 7~10%에 해당하는 원유 수출이 제한되면서 WTI 가격이 배럴당 85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면서도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확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는 미국은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반갑지 않기 때문에 확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이어가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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