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석화업계, '접착제·인조 대리석' 쏠쏠한 틈새시장 공략
LG화학·롯데케미칼, 본업 경쟁력 활용 신시장 공략
시장 규모 대비 안정적 수익 '매력'…'가뭄 속 단비' 역할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접착제와 인조 대리석 등 본업을 활용한 틈새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사업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석유화학 사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소규모 사업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1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일본 정밀 세라믹 기업 노리타케와 자동차 내 전력 반도체(SiC) 칩과 기판을 접합하는 실버 페이스트를 개발했다.
노리타케는 정밀 세라믹 분야에서 120년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이다. 실버 페이스트는 은 나노 입자를 포함한 고성능 접착제다.
LG화학은 첨단소재 부문에서 쌓은 소재 설계 역량에 노리타케의 입자 분산 기술을 접목해 내열성과 방열 성능을 확보했다. 과거보다 고내압·고전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반도체 생산에 맞춤형 접착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HL만도와 차량 ADAS(첨단운전보조시스템) 방열 갭필러와 차량 조향·제동 장치용 절연 접착제도 공동개발하고 있다. 방열 갭필러는 전자 부품 사이의 미세한 틈을 메워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접착제다. 차량 조향·제동 장치용 절연 접착제는 전장 부품을 결합하거나 고정할 때 쓰인다.
글로벌 접착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기준 793억 달러로 추산된다. 기능별로 세분화하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전력 반도체용 실버 페이스트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 원이다.
LG화학은 안정적인 실적 달성에 주목했다. 일단 확보한 고객사들은 다른 물성을 지닌 접착제를 쓰기 꺼리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실적을 책임지는 본업인 석유화학 부진 장기화가 사업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손실은 1360억 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56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규모가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 1993년 진출한 인조 대리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조 대리석은 천연 광물질과 수산화알루미늄(ATH)·아크릴수지(PMMA)를 혼합해 생산된다. 지난해 말 18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B2B(기업간거래)뿐 아니라 B2C(기업·소비자거래)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조 대리석 시장 전망은 밝다.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조 9500억 원이다.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 제품과 비교해 위생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만큼 병원·호텔·공항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 역시 다른 석유화학 기업과 마찬가지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인조 대리석 사업은 세계 시장점유율 17%를 유지하고 흑자를 기록 중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내는 석유화학산업과 달리 한 자릿수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고 있다"며 "본업이 부진한 만큼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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