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백억 배상 '합천 호텔 사건' 책임은 합천군 탓
자격 없는 업체 사업시행자 선정·사업비 무단 증액
담당 직원 해임 2명·정직 2명 등 8명 신분상 조치 요구
- 한송학 기자
(합천=뉴스1) 한송학 기자 = 감사원이 수백억 원의 재정 손실이 우려되는 '합천 호텔 사건' 대부분의 문제점을 경남 합천군의 책임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업무 관련 군 직원 8명에 대해 해임, 정직 등 신분상의 조치를 군에 요청했다.
합천 호텔 사건은 합천군이 영상테마파크 부지에 민간 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시행사 40억 원)으로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2023년 4월, 이 사업 민간 시행사 대표가 수백억 원의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합천군은 2020년 5월 민간투자로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숙박시설(호텔) 신축을 추진할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해 참여업체 A, B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면서 업체의 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임원 개인의 과거 근무 실적을 A의 ‘유사사업 수행실적’으로 인정해 주었다.
A와 B의 사업계획서 주요 부분이 같아 담합에 따른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그대로 절차를 진행했으며 이후 자격요건이 안 되는 심의위원들이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후 정족수에 미달하는데도 A 등을 공동 참여업체 사업시행자로 결정했다.
군 사업 담당 부서 직원 3명은 A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대표로부터 유흥주점 등에서 330만 원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도 감사원은 확인했다.
감사원은 적법한 투자심사 및 타당성 조사 없이 사업을 추진한 합천군은 귀책사유가 없어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실시협약을 변경하면서 사업시행자 및 사업비 집행에 대한 관리·통제는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지방재정법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예산 외의 의무 부담’을 하는 경우 투자심사 및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 등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군은 이 사업 관련 투자심사나 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아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것이다.
2021년 9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군이 대출 원리금 전체를 손해 배상하도록 실시협약을 변경 체결하면서 담당 부서 팀장과 과장은 법률 자문으로 손해배상의 위험성을 알고도 군수 등에게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합천군 사업비 집행의 통제·관리 방안 및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고 사업시행자 대표가 사업비 중 189억여 원을 횡령·배임하면서 2023년 6월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에 군이 사업시행자의 대출 원리금 278억 원 정도에 대한 우발부채를 부담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리금융기관인 메리츠증권 측에서 시행사, 시공사, 합천군 등을 상대로 제소한 288억 원 규모의 민사소송 1심에서 군은 패소했으며 2심은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군의회의 동의를 받은 총사업비 400억 원과 다르게 무단 증액한 총사업비 590억 원을 승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담당 부서 팀장과 과장은 사업시행자 H가 2021년 11월 총사업비 증가와 550억 원의 PF대출 약정에 대해 군의 승인을 요청하자 군의회의 동의를 다시 받은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도 재심사나 군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은 채 총사업비 증액을 승인했으며 군의회에 사후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사업이행보증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사업 중단 시 보전받을 수 있었던 29억5000만 원의 손해 발생도 군의 책임으로 봤다.
군은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로부터 받아야 하는 사업이행보증금 29억5000만 원을 납부 기한이 지날 때까지 제출받지 않고 있다가 사업시행자의 귀책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군이 보전받을 수 있었던 사업이행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발생시킨 것이다. 감사원은 29억5000만 원의 손해를 발생시킨 공무원 3명에게 총 5억 원 정도의 배상을 판정했다.
감사원은 "합천 호텔 사건과 관련해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군 담당 직원 5명(해임 2·정직 2·경징계 1명) 징계, 3명 주의 등 신분상 조치를 군에 요구했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방재정 투자 심사를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합천군에 대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교부세 감액 등의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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