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로 집값 불안 불씨 진화…마포 등 풍선효과 가능성"
오세훈 시장 '오판'엔 동일한 의견…"해제 시기 부적절"
'마포·성동'으로 투자수요 확산…"결국 투자처 찾게 돼"
- 황보준엽 기자, 신현우 기자, 전준우 기자, 김동규 기자, 조용훈 기자, 오현주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신현우 전준우 김동규 조용훈 오현주 윤주현 기자 =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이 치솟자 한 달여 만에 다시 이들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강남구와 송파구 뿐만이 아니라 서초구와 용산구까지 포함됐다.
이번 조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거래 자체가 막히는 만큼 과열된 집값이 잠잠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한편 오히려 가격을 고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판이 있었다는 데는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강남·서초·송파·용산 소재 아파트 2200여 곳 총 1만 1065㎢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24일부터 발효되며 지정 기간은 9월 30일까지다. 규제 기한은 일단 6개월 한시 지정으로 제한했다.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총 14.4㎢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전격 해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번에는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에 대한 거래가 제한되는 등 토지거래허가제 규제가 더 강해져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당분간 집값 불안 불씨는 진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적절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한 가격 버블 우려에 국토부가 나선 것"이라며 "시장의 잘못된 신호가 바로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규제되면서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수요는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도 주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집값 안정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체를 묶는 게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며 "이번 조치로 단기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묶인 투자 수요는 다른 투자처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기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서울 핵심 지역의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거래량이 줄어들어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모두 오세훈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한문도 교수는 "집값이 하락할 때였다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오를 때 규제를 풀어버렸다"며 "해제 이후의 시장에 대해선 판단하지 못한 점이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이 오판한 것 같다"며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본 듯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고 반대도 만만치 않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지정 요건에 해당하면 지정하고 해제 요건이 되면 해제하는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면 적절한 해제 시기를 놓쳐 이 같은 사태를 부르게 된다"고 했다.
규제로 인해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뻗어나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 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금리인하가 되면 묶여있는 지역은 수요가 못 들어가더라도 마용성 중 용산 빼고 마포구와 성동구로 들어갈 수 있다"며 "혹은 서울 전 지역이 불쏘시개가 돼 가격 상승이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불안은 일시적인 만큼 재지정은 불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해제 때 신중해야 했다"며 "해제를 했으면 믿고 기다렸어야 하는데, 재지정은 최악의 한 수다. 좋은 지역을 지정해 주는 선점효과가 생기는 게 되고 높은 가격이 고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불안 우려도 적지 않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 물량의 공급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와 내년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에 따르면 서울은 입주 물량이 올해 4만 6710가구에서 내년에는 2만 4462가구로 감소한다.
김인만 소장은 "급한 불만 끄겠다는 조치"라며 "9월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년 입주 물량 부족이랑 겹치면 전셋값만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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