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고심' 전합 회부 당일 이례적 합의기일…속도전이냐 장기화냐
대법, 22일 주심 배당 직후 전원합의체 회부…접수 25일 만
선거 사건 신속 심리…대법관 12명 참여·하급심 유무죄 변수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고 본격 심리를 시작했다.
지난 3월 28일 상고심 사건이 접수된 지 25일 만으로 전합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건 파악을 위한 별도 합의기일을 열고 심리에 착수했다. '6·3·3 원칙' 준수를 위해 신속 재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합은 특히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법리 적용 여부 판단과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이 전 대표가 해당하는 지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2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주심에 박영재 대법관을 지정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소부(小部) 소속 4명 대법관의 의견을 들어 직권으로 전합 회부를 결정했다.
전합 회부는 유력 대선 후보인 이 전 대표 개인의 특수성과 위헌 논란이 제기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그리고 대통령 당선이 취소될 수 있는 헌법 84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합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또는 중요한 법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나 이에 준하는 사건은 전합에서 심리할 수 있다.
통상 소부(小部)에서 대법관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판례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심 대법관의 요청으로 전합에 회부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소부 의견이 일치해도 의미가 있으면 전합이 맡을 수 있고, 반드시 하급심 판단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공직선거법 사건에 정통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표라는 피고인의 특성과 줄곧 (위헌) 논란이 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그간 재판 과정에서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해당 조항은 '당선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 등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허위사실공표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해당 조항의 구성 요건인 '허위 사실' 부분에 대한 해석은 엄격해야 하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기각 또는 각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전합에선 이 전 대표가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를 상정해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의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상 소추 범위에 '진행 중인 재판'이 포함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전합이 재판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면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심리는 즉시 중단된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전합이 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경우 하급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헌법상 쟁점이 전합 회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6월 3일에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법조계에선 소부 심리를 거치지 않고 주심 대법관 지정 당일에 전합에 넘긴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심리 속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선거법 사건은 지난 3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됐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검찰 상고이유서 제출과 이 대표 측 회신(답변서)이 이뤄졌고, 대법원도 사건을 배당했다.
이로 인해 전합이 매달 한 차례 정기적으로 여는 회의가 아닌, 선거법 사건 심리를 위한 합의기일을 이날 오후 개최하면서 신속 심리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전직 대법관은 "사건 기록을 대법관 전원에 배부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전합 회의에서 사건을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처리 관례와 다르게, 한 사건을 위한 심리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과거 이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도 소부에 배당된 지 8개월여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이후 한 달여 뒤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된 바 있다.
일각에선 전합이 대선 전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소부 심리를 거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일반적인 절차와 달리 사건 파악 단계부터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면서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전합 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데다 대법관 전원의 사건 파악과 법리 검토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선 전후 선고기일을 지정하는 데도 대법관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1, 2심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한 법리 해석과 유무죄 판단을 달리한 점도 심리 장기화를 전망하게 하는 요소다.
한 법조인은 "대법관 전원을 위한 연구관들의 사건 보고서 작성과 사건 검토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대법원 전합이 원칙론에만 입각해 대선 전에 결론을 내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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