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관 대신 불길 뚫는다…1분 만에 물 3톤 내뿜는 '무인 소방로봇' 감탄
[르포] 고위험 공간 진입 경로 확보…11월 현장 투입
'2025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최신 소방 장비 소개
- 한지명 기자

(대구=뉴스1) 한지명 기자 = 28일 대구 엑스코 인근 도로에서 열린 '2025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시연 행사에서 길이 3.1m, 폭 2m, 높이 1.9m 크기의 무인 소방로봇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 옆면에 달린 흰색 방수포가 위아래로 각도를 바꾸며 고압의 물줄기를 뿜어내자, 관람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이 무인 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이 개발하고 소방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장비다. 고온·고연기 환경에서 소방관 대신 먼저 진입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방수와 통로 확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 시연에서는 자율 주행과 방수 동작 등 주요 기능이 공개됐다.
로봇은 자체 냉각 분사 시스템을 통해 외부 온도를 50도 이하로 유지하고, 고열에 강한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해 파편과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 2종이 부착돼 어두운 연기 속에서도 인명 탐지가 가능하며, 열 감지에 따라 방수 방향을 자동 조정한다.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연결된 지름 65㎜짜리 고압 릴호스를 통해 약 100m 거리까지 물을 분사하는 시연도 함께 진행됐다. 3톤가량의 물이 1분 만에 쏟아지듯 뿜어져 나왔다.
최근 지하주차장, 물류창고 등 밀폐된 공간 화재에서 소방관 투입이 제한되며 무인 장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소방청은 이 로봇을 시작으로 정찰-진입-진압 기능을 단계별로 나눠 대응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관계자는 "무인 소방로봇은 구조대가 진입하기 어려운 고위험 공간에 선투입돼 현장 상황을 판단하고 진입 경로를 확보하는 용도"라며 "오는 11월부터 수도권, 강원, 충청, 호남·영남 4개 소방청 권역 특수구조대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내부에 마련된 XR 기반 소방훈련관에서는 VR 헤드셋을 착용한 체험자들이 훈련용 트레드밀 위에 올라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시나리오를 체험하고 있었다.
기자가 참여한 시나리오는 '고시원 화재'. 좁은 복도와 닫힌 문을 하나씩 열며 피해자를 찾는 설정으로, 잘못된 문을 열면 추락사고로 이어지는 구조다.
훈련 시스템은 최대 10명이 동시에 접속해 구조, 진압, 지휘 역할을 나눠 수행할 수 있으며, 열화상 카메라와 방수 장비 조작도 가능하다. 미션 종료 후에는 브리핑룸에서 결과를 분석하고 피드백도 제공된다.
현재 훈련 콘텐츠는 10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20~30개 이상으로 확대해 각종 재난 유형에 대응할 계획이다. 지휘관용 관제 시스템과 대원 개인 훈련 모듈을 별도로 구성해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VR 시스템은 소방청이 추진한 단일 R&D 사업의 대표 성과물로, 총 240억 원이 투입됐다. 초기에는 장비 테스트베드 개념으로 개발됐으나, 실전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활용성을 고려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임 대원부터 상황 판단을 훈련할 지휘관까지 모두 실감 나게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VR 기반 훈련 시스템은 2026년부터 중앙소방학교에서 본격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K-소방산업,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다. 2004년 시작된 국내 유일의 소방산업 전문 박람회로,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국내외 30개국 427개 기관·단체가 참가했고, 1521개 부스 규모로 구성돼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러졌다. 소방청은 올해 약 6만 5000명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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