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함께한 반려견…71세 할머니가 전하는 '마지막 소원'
[내새꾸자랑대회]나의 마지막 강아지 '은비'에게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올해 윤달엔 은비 수의를 지어주려 해요.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17살 된 반려견 은비를 위해 보호자 박성현 씨(71)는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박 씨는 은비와 단둘이 살아간다. 그는 아이처럼 은비를 애지중지 키워왔다. 개모차에 몸을 실어야 할 만큼 노쇠해진 은비지만, 박 씨에게는 여전히 삶의 중심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다.
은비와의 인연은 17년 전, 아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하면 좀 창피하지만, 아들이 장가가기 전에 엄마 명품 지갑 하나 사주겠다며 모아둔 돈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돈으로 강아지를 키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은비를 데려오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 은비는 지갑보다 훨씬 값진 인연이 되어 제 삶에 들어왔어요"라고 덧붙였다.
은비는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다. 어려서부터 단 한 번도 혼을 내지 않고 다정하게 키웠지만, 산책하러 나가면 여전히 꼬리를 말고 걷고, 낯선 손짓에도 쉽게 놀란다. 다른 개나 사람과의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박 씨와의 교감은 깊고 단단하다.
박 씨는 "개인기는 하나도 없어요. 일부러 안 가르쳤거든요. 그런데 제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고, 말을 안 해도 마음이 통하니까 괜찮아요"라며 오랜 시간 함께하며 자연스레 생겨난 그들만의 교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 새로 이사한 집에서도 은비는 든든한 존재였다. 그는 "첫날 밤 낯선 공간에서 자는 게 무서웠는데, 은비가 곁에 있어 편히 잘 수 있었어요"라며 "은비가 자꾸 몸에 힘을 줘서 제게 들이밀어요. 그게 귀엽고 웃기기도 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퀸사이즈 침대도 결국 은비 차지고 저는 밀려나지만, 그 덕에 외롭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다가오는 7월 윤달에 은비의 수의를 마련할 계획이다. 윤달에 수의를 준비하면 무병장수를 기원할 수 있다는 전통에 따라, 끝까지 정성껏 은비의 삶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이제 저도 나이가 있어서, 은비가 제 마지막 강아지가 될 거예요. 또 다른 반려견을 들이면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그 아이를 혼자 두게 될까 봐요. 그래서 은비가 더 고마워요"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요즘들어 부쩍 기력이 없어진 은비가 앞으로 2~3년만이라도 더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것이다. 최근 공원에서 21살 된 강아지를 본 뒤로는 더 큰 희망도 품게 됐다.
"은비야, 엄마가 잠깐 자리 비운 그런 때 말고, 엄마 옆에 있을 때, 그때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어. 예쁜 수의도 준비해 놓을게. 나의 마지막 강아지, 은비야. 조금만 더 건강하게, 우리 함께 행복하게 살자"
◇ 이 코너는 뉴트로 사료와 그리니즈 덴탈관리제품 등을 제조하는 '마즈'가 응원합니다. 수의사와 공동개발한 아이엠즈 사료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마즈는 사연이 채택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사료 또는 간식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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