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꼼짝마" 전광훈, '극우 우두머리' 떠올라…정치권 밀착 한몫
'부흥사' 전광훈, 박근혜 탄핵 후 '아스팔트 우파' 상징으로
보수 정치, 전광훈 몸집 키워…부정선거 음모론 '尹 계엄 명분' 됐다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막말로 잘 알려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어느새 여당 의원이 집회를 찾아 90도로 인사하는 극우 우두머리가 됐다. 전 목사가 설파하던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명분으로 쓰였다. 시민들은 전 목사를 목회자보다 '아스팔트 우파'로 더 잘 알고 있다.
시작은 교회였다. 전 목사는 1983년 사랑제일교회를, 1998년엔 청교도영성훈련원을 세웠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엔 전국 교회를 돌며 연설하는 부흥사로 활동했다.
전 목사가 정치권의 주목을 처음 받은 건 2007년 대선 국면이었다. 그는 2007년 4월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이명박 안 찍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거야"라고 발언하며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생명책은 구원받은 성도들의 이름이 기록된 천국에 놓인 책을 말하는, 성경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그가 보수 기독교계 스타 목사 중 한 명에서 아스팔트 우파의 상징이 된 건 2019년이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를 이끌던 전 목사와 자유한국당·우리공화당 등이 각각 연 2019년 개천절 광화문광장 집회엔 주최 측 추산 300만 명이 참가했다.
당시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흩어진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진영은 내부 분열로 인해 거의 궤멸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간첩" 등의 과격한 발언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충분했다.
기독교계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보수 주요 정치인들은 그쯤 전 목사의 집회를 찾으며 러브콜을 보냈다. 전 목사가 그 해 10월 한글날과 25일에 연 집회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였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그해 5월에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엔 현 국민의힘 지도부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임이자 의원 및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한 바 있다.
"하나님 꼼짝 마" 등의 막말로 유명했던 전 목사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준 건 정치권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 목사는 막말 뿐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 방역지침을 어기고 집회를 주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전 목사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 김기현 전 대표는 2023년 3·8 전당대회 전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논란이 되자 "당시 전 목사가 '향후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시 본인의 동의를 받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그 즉시 요구를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 출범 20여일만에 당을 흔든 것도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이었다. 당시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이 26일(현지시간) 한 보수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했고,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하면서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명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전 목사가 개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 5선의 윤상현 의원과 김민전 의원이 참석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전 목사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고, 전 목사는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라고 화답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조국 사태 당시 광화문 집회 등 길거리 집회에서 전 목사가 정치와 결합했고, 극단적인 우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그 목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보수 정당은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전 목사와 거리를 뒀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이번 조기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힘이 야당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에 민주당과 강하게 싸워야 하는데 (우파) 싸움의 중심엔 전 목사가 있다. 싸우면 싸울 수록 전 목사의 입지가 더 강해진다"며 "합리적 보수로 일컬어지는 후보들이 추후 당 지도부가 되긴 어려운 상황에서 당권 다툼에서도 두려울 게 없는 국민의힘이 점점 더 전 목사와 밀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injenny97@rnli-shop.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