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서는 충전사업자(CPO)와 정부·지방자치단체 간 공급 계약이 15년 이상 장기로 이뤄져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기 계약을 통해 충전사업자의 수익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주류 자본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충전 인프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대원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전기차충전사업부문(워터) 대표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콘퍼런스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유럽은 정책과 전력 체계 구조의 문제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 선제적인 망 확충 실패와 배전망 사업자의 우선순위 부재 탓으로 수요 대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전기차 충전을 위한 배전망 인프라 구축에 최대 15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은 배전망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차 충전기의 23%가 방치된 상태다.
이에 영국 정부는 1조 원 규모의 급속충전기금을 조성해 고속도로 내 전력망을 확충하고 있고 스페인은 민관 협력 투자 및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아 배전망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유 대표는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국가 보조금 외에 자기자본이 투입되는 구조"라며 "반면 유럽의 선두 CPO들은 PF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독일의 아이오니티(IONITY)는 장기 부지 사용권 확보로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며 9개 글로벌 은행으로부터 약 9400억 원을 조달했다. 영국의 그리드서브(Gridserve)도 PF 금융으로 약 9800억 원을 조달했다.
유 대표는 "전기차 충전소를 위한 PF 조달은 장기 계약, 정책 금융의 확대, 규제 명확성이 더해져 수익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소의 운영 계약은 최대 10년이다. 한국도로공사와 맺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 계약은 10년, 지방자치단체 공모의 경우 평균 5~7년이다. 만약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기부채납하거나 CPO가 시설을 직접 철거해야 한다.
유 대표는 "유럽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 15~20년 계약을 맺는다"며 "장기 계약이 받쳐주기 때문에 PF의 핵심인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은행이 PF 앵커 역할을 하면서 민간 자금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마다 공모하는 보조금 정책도 5~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제공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터는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의 전기차 급속 충전 사업 부문 브랜드로 국내 곳곳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총 837기의 충전기를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건설 중으로, 상반기 내에 1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