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급등했던 강남권 이후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비강남권 지역에서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면서 거래가 이뤄졌다하면 신고가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면적 84㎡가 22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20억 2000만 원 대비 2억 1000만 원에 오른 금액이다.
강서구에서도 속속 높은 가격대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서구 마곡엠밸리14단지 전용 84㎡는 이달 3일 직전 거래가(14억 9500만 원) 대비 1500만 원 오른 15억 1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 12억 원에 거래되면서, 집값 급등 시기였던 2021년 이후 4년여 만에 12억 원대에 재진입했다.
내발산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저층과 급하게 매도를 해야 하는 집주인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낮아지는 경우가 드물고, 가격대가 낮은 편도 아니다"며 "서서히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이 아닌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면서, 비강남권 아파트가 뒤늦게 가격 상승 흐름을 따라잡는 '갭 메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이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비강남권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비강남권에서 갭 메우기가 점차 진행되고 있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넓게 지정되면서 투자처가 제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현상들이 맞물리며 비강남권의 집값도 상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가 갭 메우기 흐름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를 기존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한다. 반면 지방은 기존 0.75% 수준을 올해 말까지 유지한다. 스트레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강남권 수요자 중 상당수가 대출에 의존하는 만큼, 규제 시행 전까지 단기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진형 교수는 "경기 침체 속 금리 방향성 등 변수에 따라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도 크다"며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엔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갭 메우기 현상과 DSR 시행이 맞물리면서, 비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단기적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장 흐름은 경기 위축, 금리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