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美임신부 강제 연명치료로 출산…낙태금지법에 가족 분노
조지아주 '심장박동법', 6주 이후 낙태 전면 금지…임신 9주차에 뇌사
병원 측 "출산까지는 연명이 유일한 선택지"…유족 "선택권 박탈"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미국 조지아주의 엄격한 낙태 금지법 탓에 뇌사 상태의 임신부가 유족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로 출산 때까지 삶을 유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료진은 출산 이후 유족 바람에 따라 그의 생명 유지장치를 제거했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인 니키마 윌리엄스, 아야나 프레슬리, 사라 제이컵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오전 4시 41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드리아나 스미스의 아들 챈스가 조산으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챈스의 몸무게는 약 1파운드 13온스(약 822그램)이며 현재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산모인 스미스의 생명 유지장치는 17일 제거됐다"고 덧붙였다.
간호사로 일하던 스미스는 임신 9주 차였던 지난 2월 심한 두통 증세를 호소했다.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약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 그러나 다음 날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 이송된 뒤 다수의 뇌 혈전이 발견됐고, 의료진은 그녀를 뇌사 상태로 판정했다.
병원 의료진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조지아주의 '심장박동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출산 때까지 스미스의 생명을 유지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유족에게 통보했다.
스미스의 어머니인 에이프릴 뉴커크는 지난 달 인터뷰에서 "(법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이의 출산을 기다렸을지 그렇지 않았을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결정은 우리 가족이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며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호를 폐기했다. 이후 조지아를 포함해 미국 50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이 낙태를 강력히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성명을 낸 하원의원들은 "특히 스미스와 같은 흑인 여성들은 구조적인 의료적 방치와 낙태 제한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임산부 권리를 더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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