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에 1대씩 1500대 팔리는데 텅빈 車 경매장"…온라인의 힘[르포]
롯데렌탈 안성경매장 '롯데오토옥션' 가보니…응찰 500대 중 20대만
오프라인 경매장,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해외 딜러 차지
- 김성식 기자
(안성=뉴스1) 김성식 기자
#모니터 화면에 B레인, 경매번호 490번 차량이 떴다. 2020년식 제네시스 GV80 외관 사진과 함께 차량 제원과 상태, 특이 사항이 간략하게 소개됐다. 3020만 원으로 시작했던 경매 가격은 불과 10초도 안 돼 3160만 원까지 뛰었다. '낙찰'을 알리는 '따르릉' 기계음이 장내 적막을 깼다.
지난 16일 방문한 경기 안성의 롯데렌탈(089860)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 이곳에선 매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최대 1500대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이날도 총 1315대가 출품돼 A·B·C 3개 레인에서 동시에 경매가 이뤄졌다.
1대가 낙찰 또는 유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5초 남짓. 경매응찰 버튼을 한 번 누를 때마다 5만 원 단위로 입찰가가 올라간다. 이날 500대의 모니터 앞에 앉은 경매 참여 딜러는 20명 정도. 나머지는 텅 비어 있었다. 대부분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김용균 롯데오토옥션 경매운영팀장은 "2014년 롯데오토옥션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국내 최초로 온·오프라인 동시 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초기 30% 수준이었던 온라인 참여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해 이제는 9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매주 금요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음 주 경매에 출품될 매물 사진(외관 27장·내부 5장)과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경매 시작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엔 '자동차를 직접 보지 않고 살 수 있겠냐'며 반신반의하던 딜러들도 팬데믹 기간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며 '사진과 성능검사기록부만 봐도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장 경매를 꼬박꼬박 찾는 딜러들이 있다. 주로 국내 중고차를 매입해 자국으로 수출하는 외국인들이다.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이 이들의 수출 목적지다.
이날 경매장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딜러 파벨 보르쇼프는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현대차, 기아 중고차를 매입하려 안성 경매장을 찾은 지 벌써 네 번째"라며 "차량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오프라인 경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보르쇼프는 이날 매물로 올라온 기아 스포티지를 경매장 밖 주차장에서 실물로 보고 왔다며 직접 찍은 차량 사진을 보여줬다.
김 팀장은 "사고 차량에 대한 기준이 국가마다 상이한 데다 차를 한 번 배에 선적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딜러들은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현장 경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수출 딜러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롯데오토옥션에 등록된 1329개 회원사 중 수출 회원사 비중은 29%. 10년 전 15% 대비 14%포인트(p) 넘게 증가했다.
현대차·기아 등 국산 중고차가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지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수출 딜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우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철수하면서 이른바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러시아인들의 발걸음이 늘었다.
중고차 수출 성장세는 국가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고차 수출액은 47억 달러로 2021년 19억 달러 대비 불과 3년 만에 2.5배 급증했다. 리비아, 키르기스스탄, 튀르키예,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5개국 순으로 수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만 수출 대수는 3년 사이에 46만 대에서 53만 대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차량 1대당 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김 팀장은 "과거엔 소형, 노후차 위주로 중고차 수출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연식 4년 미만의 중·대형 차들도 인기가 많다"며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나 메르세데스-벤츠, BMW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출길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 11주년을 맞은 롯데오토옥션은 앞으로도 중고차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연간 5만 대의 경매 출품 물량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렌탈 물량이다. 롯데렌탈이 운용 중인 차량이 25만 대에 달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연식 5년 내외의 물량을 확보하기 수월하다. 또한 신차 출고 직후부터 차량 관리 이력을 모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어 투명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오는 8월 상품화 센터가 완공되면 차량 입고부터 출품까지 경매 전 과정을 롯데오토옥션이 직접 진행하게 된다. 현재는 차량 입고와 세차, 사진 촬영과 성능 점검 등은 롯데오토옥션에서 이뤄지고 경정비와 도색, 광택 등 상품화 작업은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 김 팀장은 "외주화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선 우리가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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